땅벌 조심할 시기…말벌과 습관 유사, ‘덤비면 줄행랑이 최선’

'땅벌 독' 백신 제조에 이용, 사람에게도 큰 이득 되는 공존으로서의 가치

2018-09-30     김은아 기자

벌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는 말벌이고 말벌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강한 녀석이 장수말벌입니다.

사람이 장수말벌에게 쏘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고 실제 사망 사고도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땅벌은 어떨까요? 땅벌은 순위상 말벌의 아래에 존재하는 차상위 포식자입니다. 굳이 구분해 이야기하지만 땅벌도 말벌의 일종으로 봅니다. 땅벌은 주로 땅에 가까이 낮게 날며 땅에 집을 짓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과거 화전민이 거주하던 다 허물어진 황토집을 가끔 보게 됩니다. 허물어진 황토집의 바닥 쪽이 땅벌이 가장 좋아하는 집터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땅벌은 사람을 쏠 때도 주로 다리 쪽을 겨냥합니다.

그러한 땅벌의 독이 사람에게 쓰이는 백신 원료로도 이용된다고 합니다. 국립생물자연관이 화학 살균제를 이용하던 사균백신을 이 땅벌 독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사균백신이란 우리가 전염병 예방접종을 받을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원균을 죽인 것인데, 균을 죽여 백신을 만들 때 화학 살균제를 사용해 왔습니다만 이를 땅벌 독으로 대체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넓은 개념으로 식물에서 곤충과 새, 육식동물과 인간, 다시 식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사슬 속에서 상호 교류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공존의 개념입니다.

이 땅벌은 주로 검은색에 특히 공격적인 반응을 나타냅니다. 작은 틈새라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반면 흰색 등 밝은 색 계통에는 그리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공개한 말벌의 공격성 시험 결과는 벌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일단 알아두어야 할 땅벌에 대한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땅벌은 검은색과 갈색 등 어두운 계통의 색상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며 밝은 색 계열에는 그다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장수말벌을 포함한 말벌들도 같습니다. 곰이나 오소리 등 벌을 좋아하는 동물들의 색깔이 어두운 계통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꾸로 등산을 오르는 등 산행에 나서야 할 일이 있을 때 밝은 색 계통의 옷을 입으면 그만큼 땅벌에 공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검은색 차량 주위를 말벌이 경계의 동작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추석에 성묘를 가지 못하고 뒤늦게 조상묘를 찾는 이들은 제초 작업을 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일단 긴팔의 흰색 등 밝은 색 작업복을 입고 신발도 발목까지 오는 것으로 무장합니다. 뱀까지 생각한다면 장화가 가장 좋습니다만 등산화 정도면 무난합니다.

혹시라도 땅벌이나 말벌집을 건드리면 벌들이 몰려나오고 사람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부~~웅”하는 엔진 소리와 함께 날갯짓 하는 벌들은 탁구공만큼 크게 보입니다. 대단히 위협적이지요. 물리면 최소한 한달은 고생해야 할 것임을 알기에 도망을 가든 벌을 잡든 둘 중의 한가지는 해야 합니다. 그런데 벌집을 건드리면 덤비는 벌의 수가 워낙 많으니 도망이 상책입니다.

벌을 피해 도망하는 것은 가급적 빨라야 합니다. ‘줄행랑’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지요. 최소 20m 이상 달아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달려야 합니다. 물이 잇다면 물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실험 결과 땅벌 집 근처에서 여러 사람의 발자국으로 진동이 발생하면 땅벌 수십 마리가 나와 무릎 아래 다리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땅벌은 말벌에 비해 피해 정도는 낮습니다. 장수말벌에 쏘이면 거의 대부분 병원 응급실행입니다. 일반 말벌의 경우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집에서 치료하는 것으로 끝냅니다. 땅벌의 경우 여러 마리에게 쏘인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병원으로 가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벌 독에 대한 면역이 강하냐 약하냐는 체질에 따라 다릅니다.

벌은 주의의 대상임이 분명하므로 땅벌이든 말벌이든 벌집이 발견되면 일단 신고하고 벌집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수말벌 몇 마리가 양봉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을 만큼 말벌과 땅벌은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