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공강우', 높아지는 '미세먼지' 잡을 수 있을까?

정부, 25일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 실시

2019-01-23     한기훈 기자

[비즈월드] '삼한사미(3일 춥고 4일 미세먼지 발생)'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인공강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과연 이 방법이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원장 주상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장윤석)은 오는 25일(잠정) 경기 남서부 지역 및 인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킹에어 350)를 이용해 발생시킨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 지를 분석하기 위한 합동 실험을 시행한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인위적으로 강수입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름 씨앗(인공강우 물질)을 살포, 빗방울의 성장을 도와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구름 씨앗으로는 실제 구름 씨앗과 구조가 유사한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같은 흡습성 물질(물방울을 결집해 구름 씨앗으로 작용)이 사용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기술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인공강우 기술 선진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를 실용화 하는 단계입니다.

미국은 겨울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수자원 확보를 목표로 적설을 증가시키기 위한 산악구름 기상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에 맞춰 비구름을 사전에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공강우 실험·검증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대비해 기술 수준은 73.8%, 기술 격차는 6.8년입니다.

실제로 2001년 6월 첫 인공강우 실험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후 대관령 지역을 중심으로 ▲2008년 3회(3월 3일, 3월 4일, 3월 14일) ▲2009년 3회(2월 23일, 3월23일, 3월30일) ▲2010년 6회(2월10일, 2월12일, 2월16일, 3월7일, 3월8일, 4월23일) ▲2011년 3회(2월28일. 3월14일, 3월25일) 실험을 진행한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인공강우 실험을 약 15회 예정하는 등 인공강우 기술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우량을 늘려 가뭄 해소 등의 방안으로 연구하는 것에 더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위한 연구를 병행합니다.

25일 예정된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 역시 환경부 미세먼지 관측과 함께 진행됩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한 후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실험은 기상장비를 활용해 ▲기온 ▲습도 ▲바람 등의 기상 여건 및 미세먼지 상황을 분석한 뒤 실험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기상항공기가 이곳에 인공강우 물질(요오드화은)을 살포하게 됩니다. 이때 국립기상과학원은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 사항을 관측하고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어 기상관측선이 해안 지역과 해양 상공의 기상을 살펴보고 국립환경과학원은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대기측정소 등에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전부터 살포 후까지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측합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이번 실험이 끝난 직후 1차적으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보다 과학적인 분석 결과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다음 달 발표됩니다. 또 정부는 향후 인공강우 실험 때 미세먼지 저감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측, 미세먼지 해결 방안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방침입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현재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 계획된 인공강우 실험을 국립환경과학원과 협업해 수자원 확보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미세먼지 저감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인공강우 기술 수준은

인류가 인공강우를 시도를 시작한 것은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과학자들은 대포와 폭발물을 활용해 인공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큰 전투 뒤엔 비가 온다’는 통설에 따라 폭발 굉음이나 화약 등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한 것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레트릭사의 빈센트 셰퍼 박사입니다. 안개가 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분말을 넣으면 작은 얼음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비행기를 타고 메사추세츠주 바크처산맥 상공에 올라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구름은 눈송이로 바뀌어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총 40개국 이상이 인공강우 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린성 등 각 성에 하나 이상의 인공강우센터를 설치해 총 31곳 이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3만5000여명의 인원과 34대의 전용항공기 및 7071문의 대포를 투입해 인공강우 등 기상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2007년 6월 랴오닝성에 닥친 최악의 가뭄을 인공강우 기술로 해결한데 이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맑은 하늘을 선보여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약 40여년 동안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전승기념일인 5월 9일마다 모스크바 광장 위에 낀 구름을 없애왔습니다. 방법은 인공강우 기술과 같습니다. 다만 뿌리는 인공비 씨앗이 다른데, 적정선보다 많이 뿌리면 작은 눈비가 나타나고 구름이 약화됩니다. 2004년 방한한 러시아 기상청장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형항공기 6대와 중형항공기 30대, 로켓 등으로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을 해결하는 한편 폭설을 억제해왔다고 합니다.

미국은 매년 40개 이상의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1년과 2002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13개 인공강설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텍사스주에선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서부 노스다코타 지역에선 우박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박억제 실험을 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술을 활용해 강수량을 15~20% 가량 확보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의 WMI라는 업체는 비행기만 80대를 굴릴 정도로 큰 규모인데 사우디와 1억불 짜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일본도 나카타현의 한 댐을 중심으로 실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드라이아이스 씨앗을 뿌리는 방법을 중심으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07년 1월부터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들 국가 이외에도 태국과 호주, 멕시코 등 약 10개 국가가 실용화 기술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