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 둔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인수 추진 다시 이끌어낼까?

창업주 이상직 의원 일가 보유지분 회사 헌납 임금체불 논란 해소 목표로 제주항공 압박

2020-06-30     정재훈 기자

[비즈월드]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모두 회사에 헌납하며 교착 상태에 빠진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업주 일가가 가진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을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의원 아들과 딸은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다시 이스타항공 주식 38.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약 410억원이다. 이 자금은 향후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초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회사 실적이 급락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임금 지급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이후 약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이 발생했고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수를 미루는 상황이다.

인수가 계속 연기되자 창업주인 이 의원이 직접 나서며 제주항공 측에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된 임금 체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만큼 인수 의지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표명하길 촉구했다.

이에 항공업계 안팎에서 다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신중한 모습이다. 기자간담회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며 임금 체불 외에도 계약 과정에서 약속한 다른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가 직접 나섰지만 아직까지 M&A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임금 체불 외에도 인수 완료를 위한 조건들이 모두 선행돼야 하며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