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결국 '양심'을 선택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의 상고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재판부는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바뀌게 됐습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또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재판부는 종교‧양심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 했을 경우 이를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이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은 물론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며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선 관련 소송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총 227건입니다. 대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유죄 확정을 받은 경우는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검찰에 고발된 병역거부자의 상당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전망입니다. 현재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22명이며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로 송치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약 30명으로 늘어납니다. 대검찰청은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후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관련 입법도 조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부 판결에 여야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지만 대체복무제 마련에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야는 판결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대체복무를 위한 입법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