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6 09:35 (월)
[CEO] '믿음 경영 실천한 침묵의 거인'…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CEO] '믿음 경영 실천한 침묵의 거인'…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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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리더십 보이고 글로벌 두산 구조혁신 주도"
믿음 경영을 실천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비즈월드 DB
믿음 경영을 실천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비즈월드 DB

[비즈월드] 믿음 경영을 실천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87세.

박 명예회장은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자원해서 해군에 입대, 참전용사로 활약했습니다. 군 제대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 1960년 한국산업은행에 공채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박 명예회장은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였고 이후 한양식품 대표, 동양맥주 대표,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친 뒤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습니다. 고인은 인화를 중심에 두고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인은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었지만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에도 실무진의 의견을 먼저 경청했고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침묵의 거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한 고인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세간의 평가보다 사람의 진심을 믿었고 다른 이의 의견을 먼저 듣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이셨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셨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 명예회장은 1951년 해군에 자원 입대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습니다. 그는 통신병으로 비밀훈련을 받고 암호취급 부서에 배치된 후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까지 북진하는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성품 때문에 이 같은 공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인정을 받아 2014년 5월 6.25전쟁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 받았습니다.

고인은 인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라고 자주 이야기 했습니다. 또 “‘인화’란 ‘공평’이 전제돼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다"라는 말도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그룹 회장 재임 때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 경영을 적극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부단한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의 혁신이 대표적입니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해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로 재편했습니다.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했습니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습니다. 장례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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