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6 09:35 (월)
[르포] 'GMO·방사능·살충제'…먹을거리 공포, 소비 패턴 바꾼다
[르포] 'GMO·방사능·살충제'…먹을거리 공포, 소비 패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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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살충제계란·미세먼지·방사능...직접 재배해 먹겠다는 소비자 증가
시민단체 회원들이 GMO 성분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GMO 성분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가공식품 원사지 표시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농수산물과는 달리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주요 원료 두 가지만 기재하는 현 방식이 일본 방사능 유출 우려와 GMO(유전자 변형 작물) 사용 등 각종 식품보건 위해요소로 부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어린이들이 주로 섭취하는 두유나 과자류까지 정확한 원산지를 밣히지 않고 식품 가공원료라는 이유만으로 단순 '수입품'으로 표기하는 방식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수입된 유전자변형식품(GMO) 가공식품은 총 15만6270톤이었습니다. 

GMO 가공식품의 수입량은 GMO 농산물에 비해 적었지만 증가율은 훨씬 높았습니다. 실제로 GMO 가공식품의 수입은 2013년 1만3794톤에 불과했지만 2017년 수입량은 7만8990톤에 달했습니다. 특히 2017년 GMO 가공식품 수입량은 2013년에 비해 무려 473%나 폭증한 수치입니다. 이는 같은 기간 GMO 농산물 수입량 증가율인 25%보다 훨씬 높습니다.

'대두(수입산)' 등으로 만 표기된 식품 포장재.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성분 표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대두(수입산)' 등으로 만 표기된 식품 포장재.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성분 표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식품 제조유통업계에 가하는 엄격한 잣대는 이미 국제적 추세입니다. 현재 미국 26개 주에서 GMO식품 표시제 의무화 법률안이 제출됐으며,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인 홀 푸드 마켓은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상점의 모든 식품에 GMO성분에 대한 표시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을 넘어 원산지 표기방식과 성분 표시에 대한 소비자 갈망은 국제 연대시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52개국 436개 도시 소비자가 참여해 몬산토사의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라벨 표시 의무화를 촉구했습니다. 

마이클 한센 미국 소비자연맹 박사는 "정확한 식품 성분표시제 도입은 먹거리 주권 지키는 길"이라고 밝히고, "단순히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를 넘어 정확한 정보공개를 통해 소비자가 판단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식품원료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들에게 해당국가명을 명확히 알려줌으로써 혼동을 피하고 업체로서는 제품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 전체가 제고해야할 문제라는 게 소비자단체의 입장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GMO 농산물 수입 현황을 공개하며 완전표시제 도입을 촉구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GMO 농산물 수입 현황을 공개하며 완전표시제 도입을 촉구했다. 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내가 키워 내 가족에게 먹인다...소비자 '자급농' 증가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한 친환경농산물 매장, 주부 김 모(46)씨가 매장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점원에게 다가가 회원 가입 절차를 문의하는가 싶더니 곧장 가입서류에 서명합니다.

"살기 빠듯하다는 이유로 먹을거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트에 갔더니만 선뜻 손이 가는 농산물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채소값 폭등과 GMO 식품,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단련된' 주부의 선택이 먹을거리 안전성 최우선 쪽으로 가더라는 것입니다.

김 씨의 고충처럼 먹을거리 안전성은 거의 '공포'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연일 치솟는 소비자 물가도 걱정이지만, 찬거리 한두 가지 줄이면 되는 수준을 넘어선 선택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일례로 '방사성', 'GMO', '항생제', '살충제' 등을 거론했으며, "이제는 공부하는 똑똑한 주부가 되지 않으면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에 먹을거리 조합에 가입하고, 이곳에서 매주 한 차례 열리는 상자텃밭 가꾸기 강좌를 수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사이 먹을거리 안전성의 대안으로 떠오른 자급형 상자 텃밭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도시농업 강좌를 진행하는 이진행 씨는 이곳 매장에서 열리는 강의 참가인원은 42여 명, 작년 12월 이후 갑작스럽게 29여 명이 늘어났다는 귀띔했습니다. 매장관리자 이은희 씨는 "채소류 씨앗 공동구매를 요청하는 회원들이 늘어 종류별로 진열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주말농장을 모여든 도시농업인들 [사진=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주말농장을 모여든 도시농업인들 [사진=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특히 상추와 대파, 딸기 등 일부 모종은 없어서 못 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여름 전 세계적 폭염 현상 이후 미국 현지 모종판매가 75%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모종판매 급증 원인을 먹을거리 불안과 가계경제 악화 등을 꼽았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장보기가 어려워지자 텃밭을 가꾸어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이며, 또한 계속 발생하는 살모넬라, 대장균과 같은 발병문제와 GNO, 방사선 식품, 살충제 계란파동 등 식품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직접 재배가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기 남양주에서 주말농장을 열고 있는 ㄱ농장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대기 중 GMO 등 외부환경 노출을 최소화한다며 멀칭(비닐 덮기 농사법) 비법을 묻는 회원 문의가 하루에도 서너 건씩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에 정부 정책이 쫓아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직접 채소를 길러 먹기를 원하는 소비층은 주로 방사능 노출이 두려운 아이를 둔 30-4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곳 ㄱ농장의 상장텃밭과 모종의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입니다. 또한, 회원들의 주선으로 주말농장 회원 수도 늘어나자 연회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큰 밭을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150만 원을 들여 아파트 베란다 전체를 텃밭으로 개조했다는 주말농장 회원 나 모(39, 회사원)씨는 "최근의 식품 사고는 유기농 채소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범주인 만큼 위기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하며, "궁극적으로 먹을거리를 자급하는 체제로 가지 않는다면 제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라는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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