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에 의한 폭력, 이대로 설악산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사진=녹섹연합]](/news/photo/201809/10185_10184_4345.jpg)
"2017년 겨울, 다시 설악산의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해 12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오랜 싸움끝에 취소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11월 24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을 무시하고 다시금 이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문화재청의 허가 절차만 진행되었을 뿐입니다.
이대로 설악산을 포기할 순 없기에 다시금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녹색연합 김수종 올림
설악산, 무등산, 북한산, 마이산 등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현재도 전국 국립공원을 돌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과거 환경부가 확정한 국립공원 내 단계별 케이블카 설치 방침에 따른 반발로 환경단체들은 "이제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 국립공원 안의 케이블카 설치가 본격화될 것이며 국립공원 안의 생태계와 경관 파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될 것'이라며 지리산과 북한산 100일 1인 시위, 설악산 오체투지 등의 반대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개발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혹한 자연환경에 대한 도전의 역사를 개발 방식으로 서술하려는 지금의 방식은 곳곳에서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입니다. 기후변화 재앙 역시 개발 욕심의 정점에 있으며, 이에 따르는 반성문이 느리게 살기 즉 '걷기' 열풍으로 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국립공원을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자연을 '상품'으로 보는 근시안적 사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수용 우이령보존회 전 회장은 "국립공원 개발 가부 여부를 지자체의 행정권 행사 여부로 판가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느림의 미학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수단으로 자연이 사랑받는 요즘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을 비판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느림이 케이블카 설치로 예상되는 경제적인 이득보다 소중한 것인지는 반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지난 씨제이(CJ) 그룹이 주도한 굴업도 골프장 건설에서 보듯 개발의 광풍을 피해 느리게 살기로 결정한 주민들의 선택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마을주민(이장 서인수)들은 "골프채를 매고 나타날 사람들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느끼고, 즐기며 그 길을 걸어갈 사람들의 추억이 더 소중한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기꺼이 '기다림의 미학'에 표를 던졌습니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가 가지는 대표성은 '국가대표' 공원이라는 의미에서 미래의 산과 숲 개발 지표가 될 공산이 큽니다. 지방에서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진행중인 한 활동가는 "국립공원은 되고, 도립공원은 안 되느냐는 논리로 밀고 나오면 막을 길이 없다"며, "지역 요청에 따라 정치인이 나서면 케이블카 설치는 사실상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현재 '케이블카가 결국 새로운 관광객 유입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 측의 주장은 '예상탐방객 가운데 15%를 케이블카로 유도할 것'이라는 지난 2013년 KID(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보고서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KID의 보고서처럼, 환경 보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부작용을 낳는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 정상 등반객 유입을 차단한다는 효과를 기대했던 북한산둘레길 사업은 개통 두 달 만에 탐방객 100만 명을 유치하며 성공한 듯 보였지만 '노상방뇨',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범',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의 원성이 쏟아졌습니다. 또한, 본래의 조성 목적인 정상 등반객 수 감소는 기대효과에 못 미쳐 환경훼손을 감수하며 산길만 하나 더 추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제주 올레길이 앓는 부작용은 이보다 더 심각합니다.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상업 관광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제주올레길을 처음 개척한 서명숙 대표가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느꼈던, "우리도 느리게 삶을 반추하는 순례길이 필요하다"는 목적에서 개척한 올레길은 이제 그녀 스스로 '올레길 휴식년제'를 거론할 만큼 밀려드는 인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의 걷기 열풍에서 정부가 배워야 할 교훈이 "관광형 케이블카보다 국민은 호젓한 숲 길을 원한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상호 산림휴양학 박사는 "수직적 걷기 문화의 특성은 느슨하게 살고자 원하는 현대인의 갈망"이라며, "이번 정부의 케이블카 허용 방침은, 올레길이나 둘레길 훼손을 막고자 한쪽 도로에 아스팔트를 포장해 관광버스를 다니게 하자는 제안과 유사한 일"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케이블카 설치 자체가 환경파괴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일이기에 국립공원만큼은 서두를 필요 없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개발의 여지를 남기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행히 지난 7월 2일 환경부는 '보존과 보존외 목적 충동땐 보존우선원칙'을 제시하는 자연공원법을 개정한다고 합니다. '보존'과 '이용' 가운데 충돌 중인 숱한 지자체의 이해 당사자간 갈등을 푸는 지혜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결국, 친환경을 내세운 개발방식에 대한 해법은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토론 과정이겠지만, 케이블카 설치로 수혜를 입을 대상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가려 그 수혜대상이 얻을 수익이 환경파괴 우려를 상회하는 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개발사업 진행 과정 중 책임인물의 소재를 낱낱이 기록해 역사의 평가를 받게 하는 것도 개발사업의 분별성을 높일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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