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6 09:35 (월)
[에코-동물의날 기획 1] 반려동물은 당신의 호기심 충족 대상이 아닙니다
[에코-동물의날 기획 1] 반려동물은 당신의 호기심 충족 대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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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모든 약한 존재와 나누는 자비여야"
동물자유연대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유기동물 안락사 문제의 한 해결책인 유기동물 중성화 수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유기동물 안락사 문제의 한 해결책인 유기동물 중성화 수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월 3일은 '세계동물의날'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생을 기원하며 재정된 날이지만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한 이후에도 말처럼 쉽지 않은 '상생'은 더디기만 합니다. 

동물복지단체 측은 "동물을 보호한다는 것은 상당한 윤리적 가치기준과 생명윤리적인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즈월드>는 다가오는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4회에 걸쳐 동물복지의 현주소를 점검했습니다.

유기동물 발생 연 10만 마리, 경제침체에 '동물복지' 후퇴 가속화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이죠. 저를 믿으세요. 그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동물들은 학대를 당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낍니다."

미국 TV프로그램 '아메리칸아이돌'의 심사위원인 사이먼 코웰이 최근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된 발언 내용이다.  그는 이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계동물복지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Animal Welfare)'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각 나라 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전 세계 네티즌이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동물복지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버려지는 동물의 증가입니다. 동물보호 단체 케어 관계자는 "인간사회에 적응하게끔 길들어진 동물에게 가장 큰 고통은 인간에게 버림받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마다 유기되는 반려동물의 수도 꾸준히 늘면서 2015년 8만2000건, 2016년 8만9000건에 이어 2017년에는 10만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중 80%는 유기견입니다.

전국의 반려견 수는 9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02년 294만 8000마리로 농식품부 통계수치화 이후 가장 많은 마릿수를 기록한 이후 애완견 열풍은 점차 수그러들어 다시 붐을 타고 한국 내에서도 이미 애완견의 수는 1천만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난을 이유로 버려지는 유기견은 급증하고 있으나 이 중 입양된 사례는 6.2%, 원래 주인에게 인도된 경우는 4.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농식품부 가축방역과 관계자는 "치료비용이 많이 들고 병에 걸리거나 싫증이 나면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유기견 수는 경기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유기동물 발생이 단순히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기는 곤란합니다. 양육자의 그릇된 인식 탓에 한해 평균 투입되는 국민세금이 마리당 9만3000원임을 생각한다면 엄연한 사회문제라는 평가입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유기견을 방지하고 동물권익을 늘리는 방식이 현재처럼 방향성을 잃고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유기견을 사회 격리차원에서 포획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동물복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사람 살기도 힘든 세상, 동물복지가 웬 말?

지난 3월 유기견을 포획해 개농장에 팔아넘긴 동물병원이 충격을 던졌습니다. 또 최근 청주에서도 반려동물보호센터 센터장인 수의사가 유기견을 산 채로 냉동고에 넣어 죽인 사건이 발각 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이름 높은 남해안의 한 섬은 여름 휴가시즌이 끝나면 유기견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출동해 현장을 점검한 결과 육안으로만 100여 마리의 유기견이 발견됐습니다. 섬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구조된 개 외에 상당수의 동물이 쥐약을 먹거나 로드킬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개들이 굶주림을 달래려 인근 농가의 흑염소와 닭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119가 포획작전에 나서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 섬에서 3마리의 유기견을 거두어 키운다는 한 주민은 "매년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이같이 버려진 개들이 부쩍 는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휴가기간 중 위탁할 곳이 마땅찮은 양육자들이 개를 데리고 와 버리는 현상이 빈번하다"며 "이들 유기견은 사람들의 눈에 최대한 예뻐 보이도록, 집안에서 키우기 편하도록 개량되어 질병에 약하며 길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해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사례들은 유기행위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질병발생과 농작물 피해 이면엔 사람들이 만든 틀에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애완견의 속성이 묻어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캠페인 담장자는 "한때의 호기심과 무책임으로 고통과 상처를 받는 것은 그들에게 선택당한

죄 없는 동물이며 키우지 못하는 이유를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그깟 동물 하나 버리는 게 뭐가 대수냐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 동물학대와 연관성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 이후 잔혹한 동물학대에 징역형을 추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그깟 동물들 학대했다고 교도소까지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쏟아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 법이 "그렇다"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호주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의 징역형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폭력성과 동물학대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은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며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연구는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의 30% 가정폭력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학대를 일삼는 이들의 심리에 대해 조은경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동물에게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사람보다는 동물을 학대하면서 감정을 푸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동물을 괴롭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곧 인간을 향한 폭력이라고 볼 수 있는 배경입니다.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유기견 '입양' 코너, 이들은 반려동물 입양은 '자선' 행위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유기견 '입양' 코너, 이들은 반려동물 입양은 '자선' 행위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 절실-"분양이 아니고 입양입니다" 

과거 한국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애완동물과 관련한 신생직종이 생겨나고 반려동물박람회가 성황을 이루는 등 애견인구는 480만 명에 이르고 관련 산업규모만도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러한 문화 현상의 확산 이전에 생명존중의 정신문화와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구조 저변에는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도덕성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자본주의 국가인 곳에서, 아직 동물이 물건이나 소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소유를 제한하는 건 매우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소유물이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사회적 약자로 일방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는 이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KARA의 임순례(영화감독)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의 정립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에 따른 필수적인 요구사항"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동물은 움직이는 기호품이 아니라, 두려움과 극심한 공포 등을 느낄 수 있고 고통을 호소할 줄 아는 생명체"라며 "보호자의 책임 있는 양육 자세와 바른 반려동물 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은 인간 양심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성"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나서 말 못하고 자신의 권리주장을 할 수 없는 약자인 동물에 대한 생명권을 만들어가자는 인식의 변화가 법적 구속력보다 더욱 확실한 제재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물입양, 아이를 가지는 것처럼 신중해야

동물자유연대에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를 분양 후 죽을 때까지 키웠다'고 응답한 사람은 조사대상 천 명 가운데 12%인 120명에 불과했다. 반면 1년 미만인 응답층이 18%로 나타나 우리 사회 애견문화가 호기심이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즉흥적인 입양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했습니다.

설문조사을 주관한 관계자는 "우선, 개를 키우고자 할 때는 유행이나 욕구에 의한 충동적인 입양, 어린아이들의 요구에 못 이겨서가 아닌, 우리 가정이 개를 키우는 것이 과연 적합한 가정인가를 반드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금 심각한 상황인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견산업 통제의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버려지는 동물들의 구조·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과 대중 교육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겉으로만 보이는 화려한 애견문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반려동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또한 동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인간의 몫을 떼어서 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약한 존재와 나누는 자비임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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