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6 09:35 (월)
[에코-동물의날 기획 2] 축산동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고민해 봤니?
[에코-동물의날 기획 2] 축산동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고민해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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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머문 동물복지 개념, 살충제 달걀 파동에도 장려책 부족
풀무원 풍년농장은 밀집된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 기준을 적용하는 등  동물복지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풀무원 풍년농장은 밀집된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 기준을 적용하는 등 동물복지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참고사진=풀무원 제공] 

복지라는 개념은 인간에게만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한 동물복지는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관점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 '어떻게 동물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동물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조건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다음의 '5대 자유'의 상태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갈증·배고픔 및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 부상이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파동...공장식 축산환경이 던진 교훈은?

"농장동물은 인간에 의해 가축화되어 이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수인 590억여 마리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신체가 훼손당하고, 비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육되고 있습니다."

새끼를 낳는 암퇘지는 폭 60Cm의 스톨 안에서 앉고 일어서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 돌아서거나 걷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평생 새끼 낳는 일만 하며, 암탉은 날개를 펼 수조차 없는 25Cm x 25Cm의 공간(A4 용지 크기 정도)에서 두 마리가 생활하며 평생 알만 낳아야 하는 환경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농장동물들은 갖가지의 방법으로 사육, 운송, 도축의 과정에서 가혹한 경험을 합니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인류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동물 고유의 생태를 무시한 현대의 공장식 축산은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간에게 재앙을 안겼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 전국발병 시 야생의 오리는 폐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도축을 목적으로 한 열악한 사육환경이 수천 년을 이어온 가금류의 면역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왔고 인간사회의 피해로 돌아왔습니다. 당장 육식을 멈출 수 없다면 사육 면적을 몇 센티미터라도 늘리자는 요구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제기되었고 전 세계는 '마리당 면적' 확보 논쟁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풀무원이 도입한 동물복지 농장은 대안을 전하고 있습니다. 풀무원 풍년농장은 밀집된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 기준을 적용해 적정 사육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1층에는 깔짚을 깔아주고 위층에는 횃대를 설치해 닭들이 파헤치기, 쪼기, 횃대에서 잠자기와 같은 본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록 배려했습니다. 또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닭의 사료에 동물성 단백질 성분을 제거하고 사육 기간 중 항생제(산란촉진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물사육 환경 악화, 최종 피해자는 인간

동물의 사육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가축에게 투여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는 육식을 즐기는 인간에게는 큰 위해이며 그 피해를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불거진 살충제 계란파동이 증명하듯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막고자 투여한 약물은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 전이돼 점차 내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천안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발병은 축산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환기시킨 예다. 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테트라싸이클린과 암피실린에 내성을 보인 보쌈을 먹고 발병한 회사직원 147명은 최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무려 7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강력한 다제내성균이 치료를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미나 아산병원 교수는 "학교 어린이들의 목안의 균을 배양해본 결과 페니실린에 내성균인 균이 30%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10여 년 전에 비교하여 볼 때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시 지금은 치료약제로 페니실린을 사용할 수조차 없다"며 항생제 남용실태를 경고했습니다.

다행히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동물이 자라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채우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투여에 대해 "동물의 심각한 질병발생 원인과 성장부진의 원인은 생명체에게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부분으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성 위주의 축산업에서 비롯된 동물의 본능과 생물학적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축산업의 사육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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